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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를 비난할 수 없다-내면의 비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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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글은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카페내 마음을 만지다』p.25-28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딸아이가 대학생이던 때입니다. 어느 날 아이는 아프리카 흑인들처럼 머리카락을 잔뜩 부풀리는 파마에 빨갛게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빨간색은 좀 심하다 싶어서 빨간색과 초록색만은 피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이는 빨간색 대신 노란색으로 염색을 하고 왔습니다. 당시 아이는 유학을 가기 위해 단기간 내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머리에 불이라도 난 듯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입니다.
 딸아이는 원하는 머리를 하고는 교회에 갔습니다. 그리고 성가대에 섰습니다. 키가 178센티미터나 되다보니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 마디씩 할 기세로 딸아이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머나, 웬일이야!" "아니 머리가....."
 그 순간 나는 얼른 그들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참 잘 어울리죠? 나도 저 나이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자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아이를 비난하려던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아, 네. 그러게요......."라고 얼버무리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 모습을 본 어느 분이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너무 멋져요. 우리 교회 청년들도 이 정도 감각쯤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이전과는 다르게 비난의 눈길이 사라지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딸아이에게 다가와서 참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고, 정말 잘 어울린다고, 이런 머리 아무나 어울리는 거 아니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딸아이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이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방학이 지나자 딸아이는 부풀렸던 파마도 풀고 머리카락도 원래대로 염색을 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그 예쁜 머리를 왜 풀었느냐며 한 마디씩 했습니다. 만일 첫날 사람들의 비난의 눈길에 나 역시 딸아이를 부끄러워하면서 "우스꽝스럽죠? 그렇게 말려도 고집을 부리더니 끝내 저런 모습을 하고 나타났지 뭐예요. 창피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딸아이의 모습을 한 달 내내 흉봤을지 모릅니다.
 
 그 누구도 나보다 먼저 나를 비난할 수 없다.
 
 엘리노어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는 "그 누구도 내가 이미 스스로에게 한 일이 아닌 것을 나에게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비판과 비난에 내가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이미 내가 스스로를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가 동의하지 않는 한, 내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나보다 먼저 나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안에서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면의 비판자'라고 합니다. 이 내면의 비판자는 주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들었던 판단과 비난이 내면화된 것으로 어떤 심리학자들은 이런 내면의 소리를 비판자부모라고 말합니다. 비판자부모는 우리 내면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장하면서 받았던 비난들을 또 다른 형태로 변형시켜서 우리에게 되돌려줍니다. 교육학자 도로시 놀트 Dorthy Nolte비판을 받고 자란 아이는 저주받는 법을 배우고, 미움을 받고 자란 아이는 싸우는 법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비판자부모의 목소리는 잔소리하고, 판단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이 목소리는 모든 어린아이들이 세상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 무엇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아이들에게 하지 못한 일과 실패한 일을 집중적으로 상기시켜줍니다.

 우리는 결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비판자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 비판자는 언제든지 지금의 내 모습보다 더 좋은, 더 새로운 나를 요구하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우리가 작은 실패라도 하면 절대로 그 일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혹시 성공을 했어도 칭찬은커녕 아직은 부족하다고, 다음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 내면의 비판자부모는 자기인식이나 통찰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훈련과는 다릅니다. 비판자부모는 부정적인 비난의 목소리이며, 우리의 자존감을 해치는 나쁜 목소리입니다. 이 목소리는 우리 안의 보호자부모를 통해서 반드시 물리쳐야 합니다. 내 스스로 그 보호자부모가 되어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